참여학생수기

배려와 매너의 나라, 일본 오키나와에서의 인턴십 (일문과 황지혜)

배려와 매너의 나라, 일본 오키나와에서의 인턴십 (일문과 황지혜)

중학교 3학년 때, 왠지 외국어를 배우고 싶었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게 즐거웠고, 같은 의미의 말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게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여러 가지 언어들 중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게 일본어였다. 다른 언어에 비해 한국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배우기 쉽고,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대부분의 어학 공부가 그렇겠지만 초반에 열심히 해 나가다 본격적인 단계에 돌입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나 또한 그랬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노력은 대학에 들어온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만 배우다보니 어떤 한계를 느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번 2017년도 1학기 오키나와 인턴십이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17일, 약 25주간(2017.3.1.~2017.8.17.)의 인턴십을 끝냈다. 내가 일한 곳은 오키나와의 중심지 나하시(那覇市)에 있는 가리유시 어번 리조트호텔(かりゆしアーバンリゾートホテル)이다.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항시 대기하는 벨(bellboy)과 프런트(front desk), 맛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restaurant), 청결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는 드림하우징(ドリームハウジン), 그들을 위해 일하는 총무부 등 여러 부서들까지 이 중 내가 속해있던 곳은 레스토랑이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직원과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고객들이 있는 덕에 호텔은 항상 사람들이 뿜어내는 생기로 가득한 공간이다.

레스토랑에서의 인턴은 직원과 다를 바 없다. 디너(dinner) 시간대를 맞아 2시 출근과 10시 30분 퇴근을 하며, 디너의 시작부터 마감까지를 준비한다. 조식과 런치에 있어 차별화를 두고, 디너만의 고급스러움과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조명 색깔이 달라지고, 테이블에 일일이 크로스(cloth)를 깐다. 직접 만든 왕관과 캔들(candle)까지 놓아주면 디너만의 분위기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언제나 고객들을 우선으로 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회의를 열어, 어제를 반성하고 오늘을 시작하는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디너가 시작되면 모든 직원들은 고객에 의해 움직이고 행동하게 된다. 비싼 코스요리와 세트메뉴 등 고객들이 요구하기 전, 그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지키며 주위를 돌면서 접시 상태를 살펴보고, 다음 요리를 준비한다. 일의 효율성을 내기 위해 모든 직원이 무전기를 통해 대화를 하며, 이런 것들을 통해 서비스 자세와 일본어 실력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듯이 나의 인턴 첫날은 어제 있었던 일 마냥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 속에 동화되기 위해 몸에 익숙지 않은 유니폼과 정장용 구두를 신고 입에 경련이 나도록 미소를 지으며 미숙한 일본어로 고객들을 상대하는 '평소의 나'가 아닌 '사회에 나오게 된 나'를 마주하게 된다. 나름대로 자신 있던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소통하지 못해 좌절감을 맛보게 되고, 모든 것을 처음으로 꾸민 몸이 불편함을 토로하며,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일에 실망감을 안게 되고, 생각보다 고된 일에 한숨만 내쉬게 된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수백 번이 넘지만, 나에게 있어 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끝냈다는 만족감은 모든 불만을 잊게 만든다. 내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오늘 배운 것들을 활용해보고자 하는 노력과 끈기는 첫날의 절망감을 이겨냈다. 매일을 이렇게 노력과 끈기를 통해 성장해 나갔다.

모든 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레스토랑 내에서의 일 또한 언제나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조심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유리잔과 접시를 깨왔고, 순간의 실수로 고객들에게 민폐를 끼칠 때도 있었으며,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곤란했던 일도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실수에 대해 직원들은 꾸짖지 않고 말없이 같이 접시를 치워주었고, 잘못에 낙담해 있던 나에게 오히려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었다. 그들은 잘못과 실수에 대해 나무라지 않고, 스스로 반성할 시간을 주며 그들만의 방법으로 나를 도와주었다. 이들과 대화를 하며 나 또한 마음의 여유와 기회를 배웠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미성숙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타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도 소중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혼자만이 느끼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과거를 회상해 돌아보면, 모든 일이 재밌었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게 된다. 이번 인턴 또한 그러하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이때까지 배웠던 일본어를 활용해 고객들을 상대했던 기억, 밤늦게까지 한국인 룸메이트와 함께 놀았던 기억,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로 출퇴근했던 기억, 내 이름을 기억해준 손님이 있어 뿌듯했던 기억 등 모든 행복했던 기억들을 모아서 하나의 소중한 보물로서 간직하게 되었다. 인턴 기간 중 분명 힘든 일과 괴로웠던 일도 있었지만 그것들 또한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한걸음 더 성장해 나가는 밑거름으로서 나에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나는 비록 한국에 돌아왔지만, 인턴을 통해 얻은 모든 것들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앞으로도 살아가는 앞날에 힘들고 고된 일이 있겠지만, 인턴을 통해 얻은 스킬과 인내력, 배려로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보고자 한다. 내 인생에 있어 이런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