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학생수기

소상품의 중심지, 이우에서의 7일(중국학전공 3년 정나겸)

소상품의 중심지, 이우에서의 7일(중국학전공 3년 정나겸)

이번 국제무역현장학습을 신청하면서부터 걱정했던 것이 있다. 바로 지금까지 무역에 대해선 공부를 해본 적도, 많은 생각과 관심을 쏟았던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에게 무역이란 항상 복잡하고, 어렵고, 머리를 싸매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로 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학과전공수업으로 현대의 중국과 한국간의 관계, 중국 소시민들의 생활 등을 배우며 나의 미래에 무역이라는 길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달았다. 이번 기회에 겉핥기식으로라도 무역이라는 단어를 이해해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다.

이우에 도착한 후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우시의 한국인상회 선생님들을 만났다. 늦은 시간이라 간단한 소개와 앞으로의 일정 등을 설명 받고 숙소로 들어갔다. 조원들과 저녁에 잠깐 나와 숙소 주변의 야시장에 갔었는데, 작년에 청도에서 교환학생을 할 시기에 자주 가봤던 야시장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이우의 야시장은 먹거리 중심이 아닌 생활용품이나 신발, 옷 등을 파는 곳이었다. 마치 청도에서 갔었던 짝퉁시장을 길거리에 길게 펼쳐 놓은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가격을 흥정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쇼핑관광명승지로 유명하다는 설명을 들었었는데 중국의 다른 유명한 관광지만큼 외국인들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날은 숙소에서 버스로 20분가량 떨어진 이우국제상무성에 갔다. 큰 시장이라고만 생각 하고 있었던 국제상무성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다. 사전 조사를 할 때 방대한 크기라고 글로만 읽었던 이우시장은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체감할 수 있었다. 국제상무성 5구에 위치한 한인상회로 가는 길에 멘토님께서 국제상무성의 1구부터 5구까지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국제상무성의 크기가 동대문과 남대문을 합한 것의 10배가 넘고, 1구에서 5구까지 그냥 걸어가기만 해도 2시간이 걸린다는데 직접 차를 타고 이동해보니 그 크기가 실감이 났다.

한인상회에 도착하여 다시 정식으로 한인상회의 인사말과 소개를 듣고 우리는 무역실무에 대한 수업을 받았다. 무역학과 전공이거나 복, 부전을 하는 학생이 없었기 때문에 강사님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셨다. 수업을 시작하고 강사님의 첫마디는 바로 ‘무역은 택배다’였다. 즉 무역은 우리가 한국에서 택배를 받고 보내는 것처럼 매우 쉬운 것이라고 하셨다. 무역을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해온 나에게는 충격적인 말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무역의 기본 정의와 개념, 수입 절차 등을 배웠다. 내용 중 신용장이나 인코텀스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런 어려운 용어는 강사님께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시니 훨씬 수월했고 내가 직접 수입을 하는 입장이 되어 어떤 방식으로 무역을 해야 할지 생각할 수도 있게 되었다.

2시간의 강의가 끝난 후 우리는 이우에 오기 전 한국에서 사전 조사 했던 내용들을 조별로 발표 했다. 본격적으로 시장 조사를 나가기에 앞서 간단하게 조별로 조사할 품목을 나누고 멘토님들도 한분씩 조에 들어가셨다. 우리 조는 식품과 휴대폰 주변기기를 선정하였고, 첫째 날에는 중국차(茶)에 대해서 시장 조사를 하였다. 멘토님과 강사님들은 식품을 조사해온 우리들에게 무역상품 중 식품에 관한 것이 제일 어려울 거라고 우려하셨다. 우리의 입에 들어오는 식품이나 유아용 장난감 같은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올 수 있는 상품들은 안전 인증과 확인을 받아야하는데 이때 식품의 경우가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가진다고 하셨다. 그 때문에 이우국제상무성에는 식품관이 없었다.

우리는 국제상무성을 벗어나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차 판매 거리에 나가 차 판매점을 돌아다녔다. 우리는 예부터 황제에게 차를 공납했던 ‘동경호’라는 찻집에 들어갔고 거기서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며 주인에게 차의 유래와 효능 등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 차에 관심이 있으셨던 교수님들도 함께 갔기 때문에 우리는 훨씬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배운 것 같다. 동경호에서 보이차를 직접 마시며 차의 품질에 따라 맛을 비교해본 후, 조원들끼리 돌아다니며 여러 곳의 차 판매점에 들어가서 조사를 했다. 차 판매 거리엔 보이차가 주로 판매되고 있었고, 모리화차, 녹차, 백차, 황차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찻잎의 품질, 차의 발효기간에 따라 가격차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년 발효과정을 거친 것과 5년 발효과정을 거친 보이차는 약 3,4배의 가격차이가 있었다.

셋째 날에는 이우시의 도시계획 전시관에 방문했다. 옛날 이우시의 모습과 당시 사람들의 생활 등을 알 수 있었고, 오늘날의 세계적인 소상품시장으로 발전하는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한인상회 사무실에서 물류실무에 대한 수업을 받았는데 무역실무 수업보단 훨씬 어렵고 복잡한 단어들을 배웠다. 물류는 무역을 하며 상품들이 이동하는 과정이었고, 우린 이 과정 중 13가지의 인코텀스와 세관에 대해서 자세하게 공부했다.

물류수업이 끝나고 이 날도 시장조사를 나갔다. 두 번째 시장조사는 이우 국제상무성 2구에 있는 전자제품 구역에서 휴대폰 주변기기에 대해 조사하였다.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스피커, 블루투스 이어폰 등 현재 한국에서 각광받는 제품들 모두 국제상무성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도매가로 판매되는 전자 제품들의 가격이 한국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적게는 2배부터 최대 4배가 넘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멘토님께 이렇게 큰 가격차가 나는 이유에 대해 배웠는데, 제품을 도매로 판매하기 때문에 천 개, 만 개 단위로 제품을 생산하고, 대량생산 되는 제품들은 제작에 드는 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하셨다. 우리는 멘토님의 도움을 받아 국제상무성에서 여러 종류의 샘플을 구매할 수 있었다. 무역을 하기에 앞서, 먼저 제품의 샘플을 받아 품질과 가격 등 여러 방향에서 제품을 비교하고 최선의 상품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우리는 휴대폰 거치대를 중심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가격이 비교적 싸고 실용적인 제품으로 요즘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역시 국제상무성에서도 판매하는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약 5000원 정도에 판매 되고 있는 휴대폰 거치대를 도매가로 800원 가까이에 살 수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한인무역상회에서 배운 무역의 과정과 그에 따른 이윤창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도매가 800원 정도의 제품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붙는 비용들과 판매자의 이윤까지 더해져 최종적으로 5000원이란 가격이 붙어 판매된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며 배웠다.

전자제품을 조사한 이후에 국제상무성 5구로 이동하여 수입상품들을 조사하였다. 수입상품관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상품들이 주로 주류와 의류를 중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는 식품 위주로 조사를 하였다. 주류매장에서는 중국 전통의 백주 보다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와인종류가 많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였다. 우리도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여 몇 종류의 와인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멘토님과 친해진 우리는 인생이야기나 무역관련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청도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추운 겨울에 붕어빵이 생각나 찾으러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중국인들도 팥을 무척 좋아하는데 학교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면 인기가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러한 내 생각을 멘토님과 대화를 했었는데, 이우에서도 예전 한인거리에 붕어빵 장사가 몇 번 들어왔으나 그리 길게 가진 못했다고 하셨다. 중국인들이 비교적 적은 한인거리에서 장사를 했고, 붕어빵이라는 식품에 한국 전통간식이라는 브랜드를 심어주지 못해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 같다고 하셨다. 분명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했으면 오늘날 중국에서도 붕어빵을 찾기 쉬웠겠지만 모두 포기하고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 멘토님은 지금 젊은 세대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수없이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인생경험이 매우 다양하고 풍부한 멘토님과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넷째 날은 항저우로 이동해 절강대와 독립기념관, 서호를 관람했다. 중국에서 10위안에 손꼽힌다는 절강대는 역시 명문대답게 학생들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독립기념관에서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날에는 마지막 시장조사를 하였다. 이때는 국제상무성 2구에서 액세서리에 대해서 조사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멘토님과 떨어져 자유롭게 조사 할 수 있는 시간 이였는데, 홀로 다니며 상점 주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내가 정말 물건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입장에서 상품들을 보고 다녔던 것 같다. 액세서리는 전반적으로 제작재료와 가공법에 따라 큰 가격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나무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는 대체로 가격이 싼 편이였지만, 수공업으로 세밀하게 만들어진 제품의 경우엔 매우 비싼 가격을 보였고 주문제작으로 많은 양의 제품은 팔지 않았다. 여러 상점 주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는 어떤 종류의 액세서리가 주로 판매되는지 알 수 있었고 샘플 도안들도 많이 보여주셨다.

시장조사가 끝난 후 우리는 직구와 전자상거래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한진택배의 사장님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는데 요즘 한국도 직구로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우리들에게 큰 도움이 된 강의였다. 나도 타오바오를 이용하여 물건을 많이 구매해봤었는데 확실히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순 있지만, 그 물건의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수업이 끝난 후 마지막 일정인 수료식을 할 때는 벌써 일주일이 지나버렸다는 것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저 무역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기 위해 왔던 나는 강사님들의 수업과 직접 발로 뛴 시장조사들을 통해 무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현재 중국과 한국의 무역실태까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 듣는 무역수업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을 부분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 눈으로 직접 보고, 가격을 흥정하며 물건을 사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익혀진 것이다. 이제는 강사님이 말씀하신 ‘무역은 쉽다’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무역은 나도 모르게 우리의 일상생활에 녹아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