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은박지에 꼭꼭 눌러 쓴 김남주 시, 눈물이 난다"
전남대 인문대 7일 김남주 기념홀건립 추진위 출범식
반독재 투쟁 ‘전사 시인’…510편 중 360편이 ‘옥중시’
반독재 투쟁 ‘전사 시인’…510편 중 360편이 ‘옥중시’
김남주 시인이 교도소에서 영어의 몸으로 있을 때 칫솔을 날카롭게 갈아 우유갑 안쪽면에 새긴 ‘다산이여 다산이여’라는 시. 전남대 제공
김남주(1945~94) 시인(이하 김남주)은 ‘옥중시’로 유명하다. 후배 고형렬은 2014년 자전적 에세이 <등대와 뿔>에서 김남주가 옥중에서 은박지에 눌러 쓴 시 '단식'과 '일제히 거울을 보기 시작한다' 등 2편을 받아 간직하고 있다가 공개했다. 그는 당시 “칫솔을 부러뜨려 한쪽을 갈아서 날카롭게 만든 뒤 은박지에 눌러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인은 때론 교도소에서 받은 화장지에 가슴 섬뜻한 시를 절절히 풀어 놓기도 했다.
김남주 시인이 교도소 화장지에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는 육필시. 전남대 제공
‘저항시인’ 고 김남주. 전남대 제공
1979년 10월엔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체포됐다. 남민전 산하 ‘민투’에서 지하신문을 내는 등 ‘땅벌작업’을 했던 전위조직의 일환이었다. 당국은 남민전을 용공조작했고, 80여명이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김남주는 1,2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로 이감됐다. 국내외의 지속적인 석방운동에 힘입어 1988년 12월 석방됐다. 구속된 지 9년 3개월만이었다.
1980년 5월2일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이 서울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에서 두번째줄 오른쪽 첫번째가 김남주 시인. 전남대 재공
교도소 안에서 동생에게 쓴 편지.
김남주(2010년 영문과 명예졸업)의 모교인 전남대(총장 정병석)는 7일 오후 4시 인문대학 1호관 113호에서 ‘김남주 기념홀 건립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연다. 김남주 시인의 삶과 시 정신을 기리자는 의미가 담긴 프로젝트를 널리 알리기 위한 첫 걸음이다. 시인이 타계한 지 25돌이 되는 내년 2월, 전남대 인문대학 1호관(근대문화유산) 1층 113호 강의실에 김남주 기념홀(70평·231㎡)을 만들 방침이다. 사업비 8억원 중 3억원은 전남대가 마련한다. 추진위원회 쪽은 “전남대 총동창회, 전남대 민주동우회, 한국작가회의 등이 나서서 5억원을 모금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남주 시인의 시집.
김남주 시인의 시집.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60800.html#csidx95a4154116065bbb970456b6d21d2e7